조지아텍에서 도시를 공부하는 대학원생

미국에서는 왜 기차로 이동하기가 힘들어졌을까 (1) - 미국 철도 시스템 Overview 본문

City of Atlanta/교통 | Transportation

미국에서는 왜 기차로 이동하기가 힘들어졌을까 (1) - 미국 철도 시스템 Overview

아드모어 2023. 7. 30. 23:38

Intro

Y와 함께 시카고 여행을 계획하는 중에 문득 기차를 타고 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유럽여행 때, 유레일 패스를 끊고 프랑스 니스부터 시작하여 리옹, 파리, 프라이부르크 등을 찍고 마지막으로 스웨덴의 헬싱보리에 도착했던 짜릿한 기억 때문인지. 혹은 러시아 무르만스크에 비행기 타고 갔다가 중간에 비상착륙 했던 트라우마를 피하고자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내려올 때 기차를 탔었던 기억이 떠올랐던 탓인지. 아니면 어릴 때 KTX 타고 부산을 갔었던 설렘이 돌연 나타난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애틀란타에서 시카고로 기차를 탈 마음은 단 1분 만에 사라졌다. 다수의 환승과 함께 30시간이 넘는 탑승 시간 그리고 비행기와 맞먹는 비싼 가격 때문이었다. 교통에서 흔히 사람은 이동할 때 "To minimize (or optimize) travel time and cost" 목표를 가지는 데 이런 기차 옵션은 애초에 고려할 만한 선택지가 아닌 것 같다.

 

근데 왜 미국은 서부가 발견된 이래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나라와 달리 철도 시스템이 발전되어 있지 않은 것일까? 정확히는 여객 운송에 있어 (Passenger service) 철도가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선택지가 되어 있는가 싶다. 물론, DC부터 Bonston까지 이어지는 Northeastern 구간은 탑승객이 꽤 많지만 해당 구간을 제외한 나머지는 내가 마주한 것처럼 전혀 기차를 이용하고 싶지 않은 시스템이다.

 

이번 글에서는 왜 미국에서 기차로 이동이 힘들어졌고 앞으로도 계속 이럴 것인가에 대한 의문점을 풀고자 한다. 


Index

Part 1.

  1. 미국 철도 시스템 Overview
    1. Facts
    2. History

Part 2.

  1. 여객 목적의 철도 산업이 몰락한 이유
    1. 내연기관과 고속도로의 등장
    2. ICC의 간섭
    3. 고여있었던 철도 민영 회사의 생존
      1. 화물 철도 산업의 독주 (내부 & 외부 요인)
      2. 여객 철도 산업의 몰락 (최악의 서비스)
    4. 그 외...

Part 3.

  1. 그래도 Amtrak에게 희망은 있다
    1. Amtrak Improvement Act (1973)
    2. Passenger Rail Investment and Improvement Act (2008)
    3. Infrastructure Investment and Jobs Act (2021)
  2. Not a perfect step, but it's a step

Part 1

미국 철도 시스템 Overview

Facts.

"The United States possesses the largest railway network in the world, in terms of total operating length"

 

현재 미국의 철도 네트워크 전체 길이는 약 140,000 마일에 이르며 하와이를 제외한 49개 주와 District of Columbia를 통과하고 있다. 그중 단연 텍사스 주는 만 마일이 넘는 철도를 가지고 있다.

source: https://en.wikipedia.org/wiki/Railroad_classes

 

하지만 주 혹은 연방 정부와 상관없이 대부분의 철도가 기업에 의해 소유되고 있으며 대표적으로 6개의 화물 철도 기업이 Class 1에 속한다 (Class 1에 속한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철도는 전체의 67%에 달한다): 

  • Union Pacific (UP)
  • BNSF Railway
  • Canadian National (CN) Railway
  • Kansas City Southern (KCS) Railway
  • Norfolk Southern (NS) Railway
  • Canadian Pacific (CP) Railway

그중 애틀랜타에 본사를 두고 있는 NS의 경우, 동부에 서비스를 집중하고 있다.

source: Class material (CEE 4610_Georgia Institute of Technology)

 

위에서 언급한 철도 회사는 민영인 반면, 여객 목적(Inter city)의 철도 사업을 맡고 있는 Amtrak은 1970년 미국 의회에서 도시 간의 여객 운송을 도모하고자 설립된 공기업이다 (a.k.a The National Railroad Passenger Corporation). 아직까지도 연방 정부가 소유하고 있으며 대통령에 의해 임원진들이 임명되는 진또배기 공기업이다. 하지만 판데믹 이후에는 저조한 실적 등으로 인해 연방 정부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중이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노선은,

  • NEC Services: 이용률이 가장 높은 구간으로 DC - Baltimore ... - NY - Boston으로 이어지는 동부에서의 핵심 노선이다. 그나마 Amtrak이 보유하고 있는 623 마일 중 457 마일이 해당 구간에 있을 만큼 전반적으로 고객 만족 또한 높은 구간이다. (+ 앞으로 계속 이야기하겠지만 해당 구간을 제외한 나머지 노선은 Amtrak이 민영 철도 회사의 네트워크를 빌려 운영한다)
  • Long-Distance Routes: 15개의 장거리 노선으로 보통 750 마일 이상의 거리를 달린다. 대표적으로 New Orleans에서 LA로 가는 Sunset Limited 열차가 있다.
  • State-Supported Routes: 주 정부기관을 포함한 여러 기관의 지원을 받아 28개의 노선을 운영하고 있다. 750 마일 이하의 길이를 달린다.

"Geographic map of the Amtrak system" source: https://en.wikipedia.org/wiki/Amtrak

 

이외에도 철도 사업에 관여하고 있는 많은 기관들이 존재한다 (e.g., Federal Railroad Administration (FRA); Association of American Railroads (AAR); TTX). 특히 TTX는 기업 각자만의 고유한 철도 네트워크를 쓰고 있는 복잡한 시스템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등장한 회사로 Railcar pooling 서비스를 제공한다. 즉,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회사는 TTX사의 차량을 빌려 자기 노선에 쓸 수 있다. 


사실 여기까지만 보면 "아 철도 회사는 나름대로 견고하게 잘 뭉쳐서  물류(화물 운송)사업을 잘 진행하고 있고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 여객 분야는 Amtrak이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으면서 운행하고 있구나~" 싶겠지만 두 그룹 모두 같은 선로를 쓰고 있는 큰 이슈가 아직까지도 미국 철도 발전에 발목을 잡고 있는 것 같다. 더욱이 하나의 네트워크가 아닌 다양한 철도 민영 회사가 각자만의 선로를 보유하고 있는 복잡한 네트워크를 그리고 있다... 즉 Amtrak은 가뜩이나 가지고 있는 선로도 부족하므로 신규 노선을 만들거나 기존 노선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항상 을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럼 왜 이렇게 되었을까를 알기 위해 200년 전으로 돌아가보자

 


History.

~1890:

1830년, 13 마일의 Baltimore & Ohio 노선이 미국 최초의 Inter city 철도로서 완성된다. 이후, 철도 산업은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며 1850년에 이르러 9,000 마일 이상의 철도가 건설되었다. 역시나 철도 산업은 다양한 자원이 시장으로 이동될 수 있도록 도왔으며 Civil War 당시, 철도 기반이 잘 닦여진 북측은 유리하게 전쟁을 이끌어갔다고 한다. 더욱이 우편 배송도 열차 산업과 함께 성장하여 당시 도시 계획을 살펴보면 도심에 기차역과 우편국 등의 공공시설이 함께 설계되었음을 볼 수 있다. 이후 냉장고가 탑재된 열차의 등장과 철도 궤간(gauge)의 통일로 인하여 철도 산업은 황금기를 맞이한다. 당시 철도 산업은 농업 다음으로 가장 큰 고용 규모를 자랑한 산업이었다. 참고로 1902년에는 20년 전보다 두 배이상 네트워크가 확장되어 총 200,000 마일 이상의 철도가 지어졌다.

source: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U.S._Railroad_Mileage_%281830-1920%29.png

 

1890~1960:

19세기에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는 철도는 어느덧 미로를 연상케 하였으며 중복되는 노선이 많아졌다. 즉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로 나아가는 과정 속에서 여러 회사들은 철도 건설과 같은 신규 투자가 아닌 효율적인 운영을 통해 이익 창출 구조를 굳히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이때 우리에게도 친숙한 은행가 J.P. Morgan이 철도 산업에 뛰어들었으니... 1869년 Albany and Susquehanna Railroad를 매수한 이후, 불필요한 비용을 제거하고 중복되는 노선을 제거하는 등의 정비 과정을 거치며 다른 철도 회사를 하나하나 인수하고 다시 정비하는 과정을 반복하였다. 물론 말미에 T. 루스벨트 대통령과의 갈등 때문에 문제가 있긴 하였지만 그가 철도 산업에서 보여준 Consolidation은 철도 산업의 저성장을 예고하였다.

source: BoldBusiness.com

 

무엇보다 1893년에 발생한 경제 공황 (The Panic of 1893)은 철도 산업에 꽤 큰 타격을 미쳤으며 당시 여러 메이저 철도 회사들이 파산에 들어갔다. 약 25%의 철도가 포함되어 있는 규모였으며  Northern Pacific Railway, Union Pacific Railroad and the Atchison 등의 대형 회사가 해당된다. 해당 노선들을 매매한 기업 또한 굳히기 과정에 들어가며 결국 1906년, 전체 철도 네트워크의 약 2/3가 7개 회사에 의해 소유되었다.

source: https://drloihjournal.blogspot.com/2017/10/effects-of-panic-of-1893-in-illinois.html

 

이후에도 등장한 대공황 (The Great Depression)때문에 철도 산업의 매출은 절반으로 떨어졌으며 1937년에 이르러서는 전체 철도의 30%에 해당하는 7만 마일 정도의 철도가 재산 관리 상태에 들어갔다 (a.k.a receivership). 제2차 세계대전 덕분에 잠시 회복하나 싶었던 철도 산업은 1949년, 5년 전에 비해 수송량이 더욱이 감소하였다. 

"Several people ride an empty freight car to Southern California during the Great Depression" source: https://www.npr.org/2020/07/21/893672249/lives-of-the-great-depression

 

엎친데 덮친 격으로 Interstate Commerce Commission (ICC)가 운영할수록 적자만 나는 여객용 철도 사업을 계속 진행하라고 압박하는 상황 때문에 철도 회사들은 회생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웃긴 건 ICC는 애초에 과거 19세기에 철도 산업을 보존하기 위해 등장하였는데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그들의 목을 조르는 상태로 갔다. (아래 사진 참고) 실제 1969년 ICC가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그들은 Santa Fe 등을 비롯한 회사가 여객 운송 산업을 포기하면 손실을 절감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무리한 요구를 하였다.

Santa Fe. source: https://americanbusinesshistory.org/what-became-of-that-railroad/
source: Investigation of costs of intercity rail passenger service: a report of the Interstate Commerce Commission. pg.11


철도 회사와 같은 investor는 그나마 이익이 나는 사업(화물 / 물류)에 집중하고 싶은 반면 public은 여객 그리고 화물 둘 다 챙기라는 분위기를 가져감으로써 두 집단의 목표는 서로 상충될 수밖에 없었다. 알다시피 여객과 화물 열차 중 하나만 선로에 올릴 수 있다.

 

결국 이런 갈등 속에서 자동차 + 트럭의 보급, 고속도로 건설 등으로 철도 회사는 점점 더 경쟁력을 잃어가며 파산에 가까워졌다. 정부가 결국 개입하여 철도 산업을 구제하려 했고 철도 회사는 부활하는 과정에서 '여객' 목적의 철도를 포기하였다. 이후 여객 운송 사업을 살리기 위한 Amtrak이라는 공기업이 등장하였지만 이미 고일대로 고여있는 철도 민영 회사를 상대하기에는 자본주의 사회 속에서 쉽지 않았다. (사회주의가 아닌 이상, 이미 민영화된 시설을 국가가 가져가기에는 돈도 없고 명분도 없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어떻게 여객 철도 산업이 쇠퇴하였는지는 다음 글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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